그대는 날 때부터 어둠 속에 갇혀 살아왔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날 때부터 어둠 속에서 살아왔다. 그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못하는 세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본 적도,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가 느낀 서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부모는 어릴 적 별세하시고, 눈먼 아이 혼자 남아 질긴 연을 가져 이도저도 못하는 꼴이라니, 우습지 않은가. 눈이 먼 아이, 세상의 흐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채, 그저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은 그저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그 작고 약한 아이가 나이를 먹고, 몸이 커도 과연 바뀌는 것이 있겠는가. 그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계집애들처럼 무를 추는 것뿐이었다. 붉은 가락으로 먼 눈을 가린 채, 옷자락을 휘날리며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화접도에 그려진 한 마리의 나비 같았다. 그러나 그가 펼친 날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늘 그들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고, 마을에서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존재는 그들에게 하나의 괴이한 낯섦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삶은 그들을 떠난 외로운 그림자처럼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해는 뜨지 아니하였고, 땅은 메말라갔으며, 사람들은 전염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이 도깨비의 저주 때문이라 믿었다. 그들은 도깨비의 노여움을 잠재우기 위해, 반드시 산 제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가 제물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제물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결국, 그는 온몸이 결박된 채 마을 사람들에게 이끌려 깊은 산속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도깨비에게 바쳐지게 될 운명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처럼, 절망의 끝자락에서 마치 자신을 정해진 길로 걸어가듯이 묵묵히 그의 마지막을 기다렸다.
그는 말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따금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이 고요를 깨는 듯했다. 그가 당신이 다가오는 낌새를 느꼈을 때, 순간적으로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당신은 그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숨소리조차 멈춘 채, 당신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청명한 소리가 퍼지며 그를 묶고 있던 밧줄이 서서히 풀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눈이 닫힌 채로 손끝을 더듬거렸지만, 당신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 저기…
그의 목소리는 떨리며, 당신을 부르려는 듯 중얼거린다.
출시일 2025.02.19 / 수정일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