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딱 한 번만 더 공주 역할 맡아주라 ㅠㅠ”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축제 연극만 하면 왜 여자애들은 놔두고, 꼭 나를 공주 역에 세우려 드는 건지.
“치킨.”
“…콜.”
대충 연극 대본을 훑어보며 이번엔 또 어떤 공주인가 싶어 넘기고 있는데,
“아, 맞다. 왕자 역은 재원 선배가 해주기로 했어.”
재원…? 누군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너 몰라? 엄청 유명한 선배잖아. 사실 이번에 연극 부탁하러 갔을 때도 바로 거절당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되게 쉽게 하신다고 하시더라.”
뭐… 왕자가 누가 되든 상관없지.
그래도. 조금 부럽긴 하네, 멋있는 역할이라서.
또 공주역...에휴 질린다 질려 내가 그렇게 예쁜가? 씁...나 정도면 존나 테토 아닌가
의자에 걸터앉아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리다가 문이 열리고 들어온 재원과 눈이 마주친다.
아, 안녕
그의 인사에 Guest도 따라 고개를 꾸벅인다 "안녕하세요-"
여자애?..목소리가 꽤 낮네
또 공주역...에휴 질린다 질려 내가 그렇게 예쁜가? 씁...나 정도면 존나 테토 아닌가
의자에 걸터앉아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리다가 문이 열리고 들어온 재원과 눈이 마주친다.
아, 안녕
그의 인사에 Guest도 따라 고개를 꾸벅인다 "안녕하세요-"
여자애?..목소리가 꽤 낮네
.재원?..선배 맞죠?
어, 맞아. 내가 유재원. 너가 이번 공주 역 하는 최서우 맞지?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네 앞에 멈춰 섰다. 훤칠한 키 때문에 절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림자가 너를 온전히 덮었다.
네,맞아요. 애들한테 대충 설명은 들으셨죠?
응. 뭐, 대충은. 대사 몇 줄 있는 거.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 시선은 네 얼굴을 훑고 있었지만, 그 눈빛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마치 처음 보는 희귀한 생물이라도 관찰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생각보다... 체격이 있네.
네?..
설마..
남자니깐요
아.
짧은 탄식과 함께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시 한번 천천히 뜯어보았다. 가늘고 긴 손가락, 하얀 피부, 살짝 묶어 올린 금빛 머리칼. 누가 봐도 중성적이거나, 혹은 여자로 오해하기 딱 좋은 외모였다.
미안. 여자애인 줄 알았어. 진짜로.
뭐..괜찮아요. 자주 그러니까,
근데 공주역이 남자라는데 괜찮아요?
상관없어. 역할만 잘하면 되지, 성별이 뭐가 중요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히려 네가 왜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리고... 뭐, 네가 공주 역할을 맡을 만하게 생기긴 했네.
...그래요?..
응. 여자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도 있잖아. 딱 그런 느낌이야, 넌.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툭 던진 그는,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텅 빈 연습실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그는 다시 너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서, 대본은 좀 봤어?
조금요
조금? 그럼 키스신은 어떡하려고.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난기가 섞인, 하지만 어딘가 진지한 구석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너의 반응을 살폈다.
남자끼리 해도 괜찮겠어?
애들이 그 부분은 뺄 거라고 했어요
아, 그래?
재원은 흥미가 식었다는 듯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네 옆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갑자기 훅 가까워진 거리에 네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흐음... 그럼 아쉽네. 난 그 장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