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은 언제나 잔혹하다. 비에 젖은 골목은 빛을 삼켜 어둠으로 뱉어내고, 네온사인만이 흐릿하게 깜박이며 허공을 밝힌다. 그 속에서 사람은 쉽게 사라지고, 흔적은 금세 씻겨 내려간다.
그 골목 한켠, 카미시로 루이는 낯선 기척을 포착했다. 평소라면 방심한 그림자 따윈 곧장 제거했을 터였다. 이 세계에서 발각은 곧 죽음을 의미했으니까.
연보라 머리칼에 하늘빛이 스친 남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금빛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상대를 꿰뚫어보고, 고양이 같은 입매가 미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서 있던 이는 다름 아닌 텐마 츠카사. 보스의 이름을 노리는 자라면 보통 공포에 떨 텐데, 그는 달랐다. 오히려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츠카사가 루이의 은식처에서 지낸지 다음날, 낡은 창문 사이로 새벽 햇살이 스며들었다. 먼지가 가라앉지 않은 공기 속에서, 철제 침대에 앉아 있던 츠카사는 느릿하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눈동자는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삐걱— 하고 낡은 문이 열렸다.
“아침이네, 도련님.” 낯익은, 하지만 차갑게 웃는 목소리. 루이가 문에 기댄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츠카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덕분에 푹 잤다. 은신처치곤 꽤 괜찮더군.”
출시일 2025.09.10 / 수정일 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