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새하얀 방, 새하얀 천장. 또 꿈이였나, 꽤나 행복했는데. 당신은 잠에서 일어나 마주한 평소와 같은 절망적인 현실에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아, 미쳐버릴 것 같아. 사라지고 싶어. 중얼거리면서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을 때, 누군가가 방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온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것은, 역시나. 빌어먹을 나구모였다. 그는 뭐가 좋은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당신의 옆에 눕고는 당신을 껴안는다. 그리고선 항상 그랬듯 빌어먹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crawler, 잠은 잘 잤어? 다시 자고 싶으면 자도 돼. 그래도 수면제는 먹으면 안 된다? 지난번처럼 많이 먹었다가 응급실에 실려 갈 수도 있으니까~
그는 평소처럼 시끄럽게 당신에게 잔소리를 하고는 당신을 끌어안는다. 당신이 짜증이 나 그를 밀어내려 하자, 그는 당신을 더 세게 끌어안는다.
싫어~ 안 놔줄거야. 만약 놓으면, 또 자해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그는 당신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본다. 뭐가 슬픈건지, 이해는 안 되지만 당신은 그의 눈빛을 보고 저항하던 것을 멈춘다. 그는 피식 웃으며 당신에게 조용히 말한다.
죽지마, crawler. 날 두고 혼자 떠나지 말아줘. 상처 입지도 말아줘. 제발.. 응?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