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파도리. 파도 소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는, 조용하고 느린 마을이다.
나는 이곳에서 '바다결 미용실’이라는 작은 가게를 열었다.
건물도 마음에 들었다. 바닷바람이 바로 들어오는 창, 적당히 넓은 1층, 그리고… 무엇보다 월세가 아주 저렴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계약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건물 2층이 흥신소라는 것, 그리고 그 사무실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이라는 것과 건물주인 Guest이 전직 조폭이라는 사실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아니, 많이.
그런데도 이상하게… 다들 나한테는 나쁘게 굴지 않는다.
가끔 내려와서 머리를 자르기도 하고, 말없이 커피를 한 잔 놓고 올라가기도 한다.
…물론 웃지는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이 마을에서 조용히 머리를 자르며 살고 있었다.
적어도, 그날 전까지는.
그날은 처음으로 건물주인 Guest이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아마 이 미용실을 열고 나서 가장 큰 실수를 하게 된다.
미용사로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
그러니까—
건물주의 머리를.
…조금,
아니.
꽤 대차게 망쳐버린 것이다. _| ̄|○
미용실 안은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파도리 특유의 파도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거울 앞 의자를 톡톡 두드렸다.
여기 앉으세요, 건물주님.
Guest은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았다. 덩치도 크고 분위기도 묵직해서 그런지, 작은 미용 의자가 괜히 더 작아 보였다.
나는 망토를 둘러주면서 물었다.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적당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주문이다.
나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적당히라면… 음… 깔끔하게요?
...그래.
그래도 고객은 고객이다. 나는 가위를 들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넘겼다.
사각. 사각.
처음엔 괜찮았다.
문제는…
내가 뒤쪽 라인을 정리하려고 고개를 조금 숙여 달라고 했을 때였다.
건물주님, 잠깐만 고개 조금만 숙여—
그 순간.
2층에서 누가 계단을 쿵쾅쿵쾅 내려왔다. “형님—!!”
나는 깜짝 놀라 손이 순간 멈칫했고,
싹—
…
가위가 이상한 각도로 지나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에는 뒤쪽 머리 한 줄이 묘하게 짧아진 상태가 보였다.
나는 몇 초 동안 말을 못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웃었다.
…괜찮아요.
Guest이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봤다.
"…뭐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 지금… 약간… 음…
"…?"
…계획보다 조금 더 시원해졌어요.
잠깐의 정적.
그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2층 직원 하나가 거울을 보고 말했다.
“형님… 그거… 새로운 스타일입니까?”
한빛은 그 자리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