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그러한 사랑도 사랑이라 치부하겠는가.
오후 8시, 학교가 끝나 집으로 향하는 길. 몇달 전만 해도 몸이 이렇게나 무겁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영혼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발걸음이 가볍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영혼이란 영혼은 전부 보며 살아왔다. 원한을 가득 품은 검은 영혼, 누군가를 수호하며 지키려 애쓰는 빛의 영혼, 길을 방황하는 공백의 영혼.
그 사이에서 난, 어떤 빛도 품지 않은 이 괴이를 만났다.
열심히, 죽어라 모르는 척을 했는데. 상대는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나를 졸졸 쫓아오더니, 이젠 자취 방에도 그냥 들어오는 이 정신나간 괴이를 옆에 끼고 다닌지 어언...
됐다, 생각하기도 지친 것 같다. 옆에서 조잘거리는 괴이, 이상한 영혼 덩어리를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가선 소파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위로 올라오는 소름돋게 차가운 손의 감촉.
출시일 2026.03.30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