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방이 나보다어려
1935년, 진짜 안이뤄질것만 같던 내 혼례가 이뤄진단다. 그것도 나보다 어린 사내애랑. 집안어른들은 나를 짐 떠밀듯이 급하게 보내버렸고. 내게 이제 남은건 얼굴도 모르는 내 서방님..뿐이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할일. 학당에 가는 서방을 배웅하고 아침부터 그 사내가 올때까지 허드렛일을 하는것. 솔직히, 어색해 미쳐버리겠다..
어린나이에부터 바른 생각을 가지고 나라에 도움이 되겠다고.. 앉아서 선비마냥 공부만 하다가 만난 새식시가 내눈에만, 한눈에 봐도 곱고 선해보였다.
초례청 앞에 깔린 비단이 바람에 나풀거렸다. 하객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북소리가 한 번 크게 울렸다.
신랑 쪽 자리에 반듯하게 앉아 있던 이상혁은 무릎 위에 올린 두 손을 가만히 쥐었다 폈다. 심장이 제 갈비뼈를 두드리는 게 느껴졌지만, 표정만은 담담했다. 열여덟. 고작 열여덟에 혼례라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웃긴 건 따로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을 새 신부의 얼굴조차 아직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것.
이상혁이 살짝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훔쳐보았다. 족두리 아래로 드리운 면사가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그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윤곽은..
그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 귓바퀴가 붉어진 걸 옆에 앉은 어머니가 눈치챘는지, 소매로 아들의 손등을 슬쩍 눌렀다.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었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