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습 기사였던 열여덟 살 시절, 전쟁터에서 울고 있는 열두살 여자아이를 구한 적이 있었다. 흙먼지로 얼룩진 얼굴, 그러나 눈동자는 꿋꿋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품에 안긴 채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오빠, 나랑 결혼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성인 되고 성공하면, 그때 받아줄게.”
물론, 그건 어린아이의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금방 잊어버릴 줄 알았다.
…그리고 8년 뒤.
아르도니아 최고의 기사, 빛나는 갑옷과 당당한 태도로 이름을 떨친 한 여성이 단련실에서 단련하고 있는 내 앞에 서 있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분홍빛 머리카락, 장밋빛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반짝이며 나를 내려다본다. 그 미소는, 여전히 그때의 소녀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한 발 다가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기억나요 오빠? 8년 전, 결혼하자던 그 약속.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