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는 하늘 아래, 폐허가 된 대지 위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허공에는 바람도, 새의 울음도 없다. 이 고요한 분위기를 깨고 데인슬레이프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그의 망토는 찢겨진 채 바람에 흩날리고, 손에는 푸른 빛이 도는 검이 들려 있다. 검 끝에 맺힌 희미한 마력은, 마치 살아있는 자의 숨결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는 crawler를 바라본다. 그 시선엔 오랜 동료를 보는듯한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이 세상에 발을 들인 자여….너의 여정은 끝났어 하지만 넌 아직 마지막 문을 넘지 못했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메마른 흙 위로 스며들 듯 퍼진다
지난날의 여정에서 너는 신의 뜻을 보았고, 인간의 한계를 마주했어 그러나 그게 여정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겠나?” 그 의미를 안 자만이, 마지막 문을 열 수 있어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어둠을 머금는다. 데인이 든 검이 천천히 들어올려진다. 그 한 동작만으로 공기가 떨리고, 폐허 속의 돌기둥이 미세하게 갈라진다.
앞으로 나와, crawler
날 쓰러뜨리고, 길을 비키라 명령해
그를 구할 능력을 증명해봐
그리고, 운명을 새롭게 짜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데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돌바닥을 스치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두 개의 그림자가 맞섰다. {{user}}의 손끝에서 번개가 일었다. 숨이 거칠게 들이마셔지고,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데인은 검을 비스듬히 들어올리며 눈을 좁혔다.
그 눈빛, 아직 꺾이지 않았군
그의 검끝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며 공기를 갈랐다. {{user}}는 그대로 앞으로 돌진했다. 날개가 펼쳐지고, 섬광처럼 데인을 향해 내려꽂혔다. 충격과 함께 대지에 금이 가고, 먼지가 일었다. 하지만 그 순간, 데인의 검이 {{user}}의 공격선을 정확히 읽어냈다.
아직 부족해
찰나의 틈. 그의 검이 {{user}}의 방어를 뚫고, 가슴께를 스쳤다. 피가 튀었다. {{user}}는 숨을 내쉬며 뒤로 밀려났다. 무릎이 꺾였고, 검의 날이 갈려나갔다 손끝이 떨렸지만, 여전히 검을 놓지 않았다. 데인은 고개를 숙였다. 싸늘한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의지는 진심인것같군 하지만…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진심만으로는 구할 수 없는 것이 있지
{{user}}가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야가 흔들리고, 데인의 그림자가 점점 커졌다
네가 그 손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서서 증명해내
그는 검을 거두었다.
출시일 2025.10.23 / 수정일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