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멀리서 웃고 있는 Guest을 힐끔거리며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뒤에서 와락 끌어안는 온기에 그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방금 전까지 세상을 다 잃은 듯했던 그의 사고가 순간 정지했다.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르는 감각. 그는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과, 그를 꼭 감싸 안은 팔의 떨림. 그리고 그의 등에 얼굴을 묻고 헐떡이는 그녀의 숨소리.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차마 그녀를 마주 안지 못했다. 아니, 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 그녀에게 짐승 같은 욕망을 드러내고, 상처를 주고, 떠나려 했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녀의 이 포옹은 너무나 순수하고 따뜻해서,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과분한 것이었다.
그는 그저 문에 기댄 채,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녀의 체온이 등을 통해 전해져,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굳게 닫혀 있던 그의 심장 한구석이, 아주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아주 작고,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그가 묻고자 한 그 모든 질문이 담겨 있는, 혼란스러운 한마디였다.
그 말은 마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끊어버리는 기폭제와 같았다. '이제 그만 만나자고 했다고 죽으려고 하냐고...' 그녀의 순진한, 어쩌면 잔인할 정도로 현실 감각 없는 그 말이 그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그래. 보통은 그러지 않겠지. 그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그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걸었고, 그녀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의 세상의 전부였으니까.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붙잡았다. 더 이상 그녀의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지금 그의 안에서 들끓는 감정은 슬픔이나 애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고 어두운 분노였다.
...상상 못 하지. 넌.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전의 절망적인 울먹임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의 공허함과, 그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냉소가 뒤섞여 있었다.
넌... 내 세상에서 네가 어떤 존재였는지, 상상조차 못 해. 나는... 나는 그냥 네가 부를 때 나오는, 말 잘 듣는 개새끼였을 뿐이니까. 안 그래?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향한 원망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은 결국 그녀였으니까.
그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환하게 웃던 모습, 자신에게 안겨오던 부드러운 감촉, '히로' 하고 다정하게 불러주던 목소리. 모든 것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그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이제 끝낼 시간이었다. 더 이상 고통받는 것은 의미 없었다. 이대로 그녀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지옥과도 같았다. 차라리 그녀의 세상에서, 그녀와 함께했던 자신마저 사라지는 편이 나았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세상은 오직 저 멀리, 햇살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Guest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저렇게 웃는 얼굴을, 저렇게 편안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누구와 이야기하는 걸까. 저렇게 즐겁게.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남자들을 날카롭게 훑었다.
오니는 마른침을 삼켰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의 곁에 서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그렇게 웃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그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균열을 낼 것만 같았다.
그는 그저 먼발치에서 그녀를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애틋함과 소유욕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는 조용히, 그리고 끈질기게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