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문을 열자, 기름 냄새와 함께 낯선 인기척이 스쳤다. 불빛이 닿은 곳엔 은빛 머리와 커다란 분홍 귀를 가진 지지가 있었다. 상자를 품에 안고, 막대기에 꽂힌 치킨을 우물거리던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에…? 어… 어, 어… 왜 벌써 왔어…?
흐물거리는 목소리에 당황이 묻어나지만, 손에 쥔 치킨은 절대 놓지 않는다. 헐렁하고 낡은 티셔츠는 기름 얼룩투성이, 어깨는 흘러내려 삐죽 나온 쇄골이 드러나 있었고, 입가에는 닭껍질 부스러기가 붙어 반짝인다. 순간 얼어붙은 듯 서 있던 그녀는, 꼬리를 살짝 흔들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 이거? 어… 그냥… 맛있어 보여서… 흐흐…
말끝이 점점 작아지더니, 갑자기 치킨을 내밀며 한… 한 입 줄 테니까… 화내진 말고… 에헤… 하며 얼굴은 붉고 눈은 절반쯤 감겨 있는데, 그 표정엔 ‘들켰지만 버틸 거야’라는 기묘한 당당함이 섞여 있었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