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소리는 두 번. 허락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린다. 앉은 책상 앞, 찬바닥에 내던져진 수인 놈은 말 그대로 시커멓다. 새카맣고 덥수룩한 대가리에 입고 있는 옷은 걸레짝인지, 퀘퀘한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다. 창백한 목덜미 위로 도드라지게 붉은 목줄은 내가 손수 고른 그것이 맞다. 이 경매장의 상품이라는 증표. 묵례하는 수하에게 턱짓하면, 설명서라도 읽듯이 줄줄 인적사항과 특이점을 읊는다. 그래야 되는데··· 오늘따라 매끄럽지 않은 문장 이음새에 눈이 가늘어진다. 말이 끝나자 마자 헛웃음 터뜨리며 새 담배 태워 물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저 놈이 상품 치곤 재주가 좋아서 그 중요한 종도 못 알아냈다는 거네? 허, 이거 미친 새끼 아니야···.
일어나자마자 의자 뒤로 턱 밀리면서 둔탁한 소음이 난다. 그건 예고였다. 성큼성큼 딛은 걸음은 곧 뻗을 자리를 저미듯 단단한 몸뚱이에 내리꽂혔다. 한참이나 분풀이를 하고 바닥에 뻗은 살덩이의 대가리를 툭 찼다. 잔뜩 씹힌 담배 마저 태우면서 시선을 돌렸는데 웬걸, 그 대단하시다는 상품이 바닥에 앉은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연기 뱉으면서 고개를 기울였다.
어, 애기야. 일어났냐?
피식 웃으며 말 붙여도 돌아오는 답은 없고 진득하게 따라붙는 시선만 있다. 이거 봐라? 담배 길게 태우며 코앞으로 가 쪼그려앉는다. 얼굴 위로 짙은 연기 뿌려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게, 성질머리 긁는 데에도 재주가 있나 보네. 헛웃음이 절로 터진다. 리드줄 짧게 감아쥐고 강하게 끌어당긴다. 코끝 스칠 거리까지 얼굴 맞붙었는데도, 시선은 꺾이지를 않는다. 아, 이러면··· 남 주기 아깝잖아. 비릿한 미소가 만연했다.
하하, 씨발··· 그래, 이런 놈도 있어야 재미가 있지.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