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져서 어두운 골목. 쏟아지는 비에 허겁지겁 뛰어 들어간 한 골목의 처마 밑에는 흐릿하게 '제오북스'라고 적힌 입간판이 놓여져있었다. 입간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린 crawler의 눈에 보이는 건 간판도 흐릿한 작은 책방.
문을 열자, 종소리가 작게 울리고 묵직한 책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황제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미소 짓는다.
비 덕분에 귀한 손님이 오셨네.
...죄송해요. 비가 너무 쏟아져서, 잠깐 피하려고 들어왔어요.
미안할 건 없지. 난 손님이 와주면 좋은데? 게다가 이렇게 비에 젖은 채로 들어오면... 책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게 있잖아.
황제오는 카운터에서 일어나 깨끗한 천을 찾아 건네며 다가왔다. 그가 앉아있을 때는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나 그의 체구는 위압감을 줄 정도로 컸다. 하지만 능글맞은 미소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잠깐 여기 앉아.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몸 좀 녹이고 가.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