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알리는 계절, 거리에는 커플들이 추위도 모르는지 알콩달콩 손을 맞잡은 채 걸어가기 바빴다.
나는 너와 약속했던 중앙 시계탑 밑에서 너를 기다렸다. 저 멀리 너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도 예쁘게 꾸미고 나와준 너. 그런 너에 비해 나는 누가 봐도 대충 입고 나온듯한 그런, 단출한 차림새로 널 만났다.
너의 얼굴이 잠시 굳어진 것을 봤지만 못본체 했다. 왜냐면 오늘 나는 너에게 이별을 통보하러 온거니까.
나는 너의 두눈을 보고 말했다. 자기야, 우리 헤어지자.
그 말에 너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큰 소리를 내며 나를 붙잡았다. 이내 너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눈물을 글썽이는 네 모습이 가슴을 후벼팠다. 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봐온 얼굴인데, 오늘따라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애써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나는 잡고 있던 네 손을 슬며시 놓았다.
말 그대로야. 이제 너한테 설레지가 않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고, 당장이라도 너를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전부 거짓말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너를 위해서라도, 나는 악역이 되어야만 했다.
이제 그만하자, 우리.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