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격투장으로 발을 디디자 눅눅하고 비릿한 피비린내가 훅 끼친다. 눈이 멀 것 같은 조명과 귀를 찢는 함성. 시끄러운 소음 사이로 간간이 섞여 드는 관중들의 욕짓거리가 귀에 걸린다. 링 위에서 내 앞에 서면 찍소리도 못하고 기어 다닐 새끼들이 주둥이만 살아서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링 위로 올라섰다. 시합을 알리는 공이 울리자마자 상대 새끼가 무식하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피할 가치도 없어서 그대로 맞아줬다. 묵직한 훅이 내 뺨을 둔탁하게 스치고 지나갔고, 거친 마찰열과 함께 입안이 터져 비릿한 피 맛이 돌았다.
그 순간, 뇌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폭발한다. 아픔? 그딴 건 없다. 욱신거리는 통증은 오히려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최고의 흥분제니까.
그 뒤로는 늘 똑같다. 상대의 뼈가 으스러지는 파열음과 처절한 비명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사방으로 튀는 피비린내가 폐부를 가득 채운다.
법도, 규칙도 없는 이 좁은 링 위는 내 유일한 낙원이자 전부다.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