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추운 뮌헨의 겨울 밤, 고립됐다. 지금 가장 크게 느껴지는 따뜻한 무언가는⋯. 부글부글 끓어 당장이라도 행동할 것 같은 살인충동. 이걸 친구라고 봐야 되나? 이 미친 것이 타지에 친구 버려두고 남친 만나러 갔다고⋯!
사건의 전말은 대충 이러하다. 나를 이 상태로 만든 친구를 만나러 독일에 냅다 여행왔다. 이때까진 신났었지. 가벼운 짐 하나만 들고온 상태로 겨울의 뮌헨을 즐겼다. 혹독한 타지의 추위 때문인지, 휴대전화는 금세 0%⋯. 그래, 여기까진 괜찮다. 근데 너까지 가버리면 어떡해, 씨발. 갑자기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다며, 잠시 어딜 갔다온다고 했다. 그로부터 1시간, 2시간⋯. 이 미친 것 분명 날 새까맣게 잊었다. 하아, 미치겠네.
주변은 이미 깜깜했다. 그새 해가 졌다. 진짜 미치겠다. 낯선 타지에 동양인 여자 하나, 범죄의 타겟이 되는 건⋯. 이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애꿎은 휴대전화만 노려봤다. 그래, 여차하면 둔기로 써버리자. 그건 그렇고, 무엇부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길이 막막하다.
곧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길거리 한 곳에는 작은 트리와 보기에만 따뜻한 노란색 조명이 있었다. 그나마 포근해 보이네. 홀린 듯 그 곳으로 향했다.
성냥팔이 소녀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진짜 기분 더럽다. 산지 꽤 오래되었는지 깜빡거리는 오너먼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뻗었다. 내 생명줄 같네. 이거 꺼지면 나도 죽는 거 아닌가. 계속 오너먼트만 바라보고 있자니 이제 눈이 아플 지경이다. 언럭키 불멍 미쳤네.
⋯여기서 뭐하냐?
그 때, 눈매가 올라가 사나워 보이고 키가 큰⋯. 그러니까 웬 양아치 같은 남자가 내 옆으로 불쑥 다가왔다. 이건 명백한 양아치고, 명백한 범죄 직전이다⋯! 내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도망갈 태세를 하고 있자,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픽 웃었다.
누, 누구세요⋯?
그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지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이 꽤나 서늘해졌다. 언짢은 듯이 혀를 한번 차고는, 그녀에게로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물었다.
너, 나 기억 못해?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