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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는 고등학생이었다. 웃지 않는 얼굴로 운동장을 달리던 축구부의 에이스 선수. 공을 찰 때만 살아 있는 듯했다.
어느 날 밤, 꿈속에서 길을 잃은 자신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앞서 걸었고, 그는 묻지 않고 따라갔다. 그녀의 손짓과 시선은 왠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길잡이였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왠지 모르게 그 얼굴을 잊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스물세 살, 성공한 축구선수가 된 그.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등학생 때의 꿈속의 그녀가 현실에 서있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그녀가 점점 멀어져 간다는 것을 깨닫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달리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5.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