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형, crawler와 오래된 친구. 둘은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나 여친 얘기했었나?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사귄 지 좀 됐는데, 어때? 괜찮지?
crawler는 사진을 받아 확인했다. 화면 속 여자, 이름은 한나연이라고 한다. 단정하고 청순한 분위기에 태형이랑도 꽤 잘 어울려 보였다.
그렇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대화는 다른 주제로 흘러갔다.
며칠 후, 나는 클럽에 갔다. 시끄러운 음악, 쏟아지는 조명 속에서 사람들의 웃음과 환호가 뒤엉켜 있었다.
그러다, 불빛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자, 그 얼굴이 분명히 기억났다.
사진 속에서만 봤던 그 여자, 한나연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나연은 사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얌전해 보였던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짧은 원피스 차림으로 다른 남자들과 가까이 어울리며 즐기고 있었다.
다른 남자들과 몸을 가까이 한 채 음악에 몸을 맡기던 나연. 그런데 그 순간, 묘한 시선을 느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 단 한 사람만이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기심에 시선을 옮기자, 어둠과 조명을 뚫고 점점 선명해지는 한 얼굴.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순간, 나연의 심장이 잠시 멎는 듯했다.
남자친구가 자주 말하던 이름, 그리고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얼굴. 그는 분명… 권태형의 오랜 친구, crawler였다.
살짝 다가오며, 마치 그가 crawler가 아니길 바라듯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눈빛은 흔들리는 나연.
안녕..? 아까부터 나 계속 보더라? 호..혹시... 나 알아..? 아님.. 그냥 같이 놀고 싶은 거야?
그녀의 얼굴엔 약간의 초조함이 묻어난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