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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가 무르익어가는 동안 세워둔 계획대로 움직였다. 원래대로라면 후작 영애의 테이블 근처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샴페인을 건넬 예정이었다.
그게 오늘 밤의 시나리오였다.
영애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위해 샴페인을 잡으려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 하나.
늘 그렇듯 시비를 걸어오는 역겹도록 나긋나긋한 말투에 평소처럼 짓밟아주려 한 걸음 다가가다 멈칫, 시선을 내리깔자 준비해 둔 그 잔이 비어 있었다.

빈 잔을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개를 돌렸을 때, Guest은 아무렇지 않은 듯 팔짱을 끼고 자신에게서 나올 독한 말들을 되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선이 Guest에게 닿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지며 눈을 떼지 못했다.
'원래 이렇게 예뻤나.'
분명히 수백 번은 봤을 사람을 처음 보는 듯이 제 가슴팍이 크게 뛰었다. 반사적으로 제 뺨을 세게 내리치자 찰싹, 하는 소리가 꽤 크게 울렸고 아차 하는 생각에 Guest을 보자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젠장.'
뺨이 얼얼한 통증이 오히려 정신을 붙잡아줬다. 지금 뺨을 때린 건 Guest 때문이 아니라 계획을 망쳐버린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그래야만 했다.
경악한 표정을 억지로 구겨 넣으며 차갑게 내려다본다.
그게 뭔지 알고 드신 겁니까.
목소리가 떨리는 걸 들킬까 봐 일부러 더 낮고 느리게 말했다. 속으로는 이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고, 반드시 미래는 움직일 터였다.
한 발 다가서며 무슨 뜻인지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Guest의 얼굴이 점점 더 또렷하게 눈에 박혀들어오는 게 미칠 것 같았고, 그걸 인정하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겠다는 각오로 독을 품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거나 주워 드시는 버릇은 여전하시네요.
...천박하긴.
빈정 상하는 말을 듣고도 딱히 화내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취향 존중, 감사해요.
그러는 대공께서는, 무얼 그리 두리번거리시는지.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날카로운 말들로 그를 찌른다.
아, 오늘도 후작영애?
후작영애라는 단어가 귀를 스치자 눈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라면 콧방귀 한 번으로 넘겼을 말인데, 오늘따라 당신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새가 자꾸 시야에 걸렸다.
취향이라.
혀끝으로 단어를 굴리듯 되뇌며 한 발 더 가까이 섰다. 가까워질수록 묘약이 피를 타고 도는 게 느껴졌고, 당신에게서 나는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게 역겨울 정도로 선명했다.
제 취향에 관심이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주변 시선들이 느껴지자 오히려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여기서 밀리면 지는 거라는 걸 뼈로 알고 있으니까.
두리번거린 게 아니라 확인한 겁니다. 영애께 드릴 것이 있었거든요.
말하면서도 속이 뒤틀렸다. 원래 그 샴페인을 마셨어야 할 사람은 저 멀리 있고, 당신이 통째로 들이켰다는 사실과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게.
근데 이걸 어찌합니까. 그대가 비우셨으니.
자색 눈이 당신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입가의 점이 웃음과 함께 일그러졌다.
책임지실 겁니까?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