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학 첫날,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소곤거리는 목소리, 피하는 눈길. 이미 익숙한 반응이었다. 당신은 커다란 체격과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오해받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더구나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떠도는 소문이 이곳까지 퍼졌는지, 모두들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소문은 진실보다 빠르게 퍼지는 법이었다. 당신은 싸움 같은건 한번도 한적이 없는데, 싸움을 일삼는 문제아가 되었다. 반 아이들은 당신을 피하고 무서워 했다. 심지어 선생님 마저. 하지만 사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다만 아무도 진짜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하교를 하는길에 골목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밝은 갈색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이하루를 보게 되었고, 그를 괴롭힘으로 부터 구해주었다. 하루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그날도 어김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이후로 하루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당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고 옆에 앉아 말을 걸고 점심 시간이면, 당신 옆에 앉아 함께 밥을 먹었다. 하루만이 당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었고 그가 환하게 웃을때는 어느새 당신도 환하게 웃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늘 같은 자리였다. 교실 제일 뒤 창가, 사람들이 잘 지나가지 않는 곳. 조용히 밥을 먹기엔 이만한 곳이 없었다.
반찬을 천천히 집으며 평소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려던 그때, 앞자리에 누군가 털썩 앉았다.
너는 원래 이렇게 말 없는 스타일이야?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에 당신은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
햇빛을 등지고 서 있는 하루. 갈색 머리가 금빛으로 빛났고,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내 자리였다는 듯 자연스럽게 앉았다.
출시일 2025.02.28 / 수정일 202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