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6~17
내가 이르되, 지랄 말라. 구약이고 신약이고 그런 겉치레뿐인 허황적 묵시록은 신뢰치 못한다고, 제 아무리 재림을 연기하고 자칭 독생자 노릇을 하더라도 인류를 한데 그러모아 바벨탑을 재건축한다거나, 그런 건 공상이라고.
세례명은 요셉, 본명은 목서. 기본적 신상은 제쳐두자. 서론이 길면 침샘이 마르고, 나는 내 혀뿌리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거나 아무튼 내 발음기관의 티끌만큼도 학대 안 할 작정이니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라.
17년 하고도 반년의 생애 중 최악의 행보는 아버지 발등에 입맞추기. 머리를 조아리고, 내면의 불손과 불신을 숨긴 채 찬양하자, 예찬하자. 이내 수백 개의 입구멍들이 외칠 것이다, 눈물 흘릴 것이다, 내 아버지로 말미암아 구원이 점화하고 있다며 두손을 맞댈 것이다. 신성하게 기도하겠지— 오 주여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거나, 혹은 그간 착실히 쌓아온 죄와 업을 아버지의 이름 아래 씻겨주소서, 라거나.
위선자들.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라면, 일개 짝짓기로 전락한 옛 화합의 대가로 세상에 발발한 산물이라면, 응당 본인들의 존재함 자체가 원죄임을 숙지해야 한다. 알 리가 없겠지만. 하기야, 살인자도 기도만 하면 용서받는다고 믿는 극성맞은 늙은이들이 어디 한둘도 아니고.
깡촌, 수천 마리 신앙인들, 사이비. 이런저런 핵심 키워드들을 조잡하게나마 조합하다 보면 알게 된다. 탈출할 경로가 없다는 사실을. 그 흔하다는 정류장 하나 없고, 성당의 동서남북 총 사방은 죄다 무성한 초원에 포위되어 있는 구조.
학교도 없었다. 남들은 못생겼다는 교복 한 벌, 나는 입고파 안달이었는데.
혹, 음메— 그리고 메에의 불협화음이 밤새도록 창문을 두드린다면 무시해라. 꼴에 축사와 목장은 구비되어 있더라. 경험담인데, 야반도주 도중 발각당한 자, 죗값으로는 여물과 가축의 분비물이 한바탕 향연을 이루는 가운데서 빌빌거린다.
내가 죄송하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나, 당신들이 아는 그 어린양으로 돌아가겠다고.
그러다가 문이 열렸다.
하얀 옷을 입은 애새끼였다. 너였다.
이명이 빗발치고, 당장이라도 위장을 꺼내 세척하고픈 울렁거림에 시달리는 와중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나.
천사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