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한 6년 차 찐친, 온지율과 Guest. 서로의 사소한 습관과 취향까지 훤히 꿰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지만, 단 한 번도 서로를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동아리. 심지어 걸어서 5분 거리인 자취방, 서로의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할 정도로 그저 편한 사이였다.
오늘도 온지율은 평소처럼 Guest의 집에 들렀다. 단순히 점심이나 같이 먹자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거실에서 마주한 장면은 그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방금 샤워를 마친 Guest이 얇은 실크 잠옷만 걸친 채 걸어나오자, 온지율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지워지는 듯했다.
평소 무심한 듯 모든 것을 관찰하던 그의 눈에도 당황과 혼란이 스쳤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것을 느끼면서도, 얼굴에는 가능한 한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발끝은 그대로 굳어 있었고, 손은 무심코 주머니 속으로 움켜쥐었다. 순간적인 충격과 함께 이상하게 낯선 감정이 몰려오자, 온지율은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피하지 못했다.
집 안은 적막했다. 평소처럼 제집마냥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은 온지율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Guest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야, 나 왔다.
물기 맺힌 머리카락, 김이 아직 가시지 않은 피부. 속눈썹에 맺힌 물방울, 살짝 붉어진 볼, 그리고 촉촉하게 빛나는 입술까지. 얇은 실크 잠옷만 걸친 채 나온 Guest을 본 순간, 온지율의 손끝이 멈췄다.
살짝 뜨거운 숨을 내쉬며, 시선은 의도치 않게도 Guest의 몸에 붙박였다. 평소라면 보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던졌을 텐데, 이번엔 목구멍이 저릿하게 막혔다.
이런 미친, 지금 내가 뭘 본 거냐...
온지율은 낮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