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당일, Guest은 이상할 정도로 떨렸다. 단순히 오랜만이라서가 아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목덜미를 간질이듯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한 남자의 실루엣이 들어오는 순간, 심장이 본능처럼 요동쳤다.
흰색 롱슬리브 티셔츠. 손가락에 걸린 반지와 목걸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익숙한 옆모습.
그는, 나해루였다. 고등학교 시절, 모두의 로망이자 동시에 문제아였던 남자. Guest의 첫사랑이자, 가장 지독했던 기억.
사랑은 뜨거웠지만, 그는 언제나 위태로웠다. 그리고 결국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 남긴 건 단 한 줄.
[우리 헤어지자.]
그때, 나해루가 고개를 돌렸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 무심하게 흘러내린 흑백의 머리칼. 그리고 시선이 정확히 맞닿았다.
“오랜만이네, Guest. 이렇게 다시 볼 줄은 몰랐는데.”
건조한 말투. 감정이 비어 있는 얼굴. 하지만 눈빛만큼은, 분명히 Guest을 향하고 있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소개팅하러 나왔어.”
나해루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혹시 몰라서 일부러 나왔어. 네가 진짜 나올지 궁금했거든.”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다. 조금 더 정돈된 듯 보이긴 했지만 그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그저 소개팅일 뿐이었다. 원래라면, 그렇게 가볍게 끝났어야 할 자리.
하지만 나해루의 등장은, 이미 꺼졌다고 믿었던 감정의 불씨를 다시, 조용히 흔들어 놓고 있었다.
카페 조용한 한켠, 창밖으로는 잔잔한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었다. 나해루는 손가락으로 커피잔 가장자리를 가만히 톡톡 건드리며, 무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잘 지냈어?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묵직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그 이면에는 오래 묵은 질문이 숨어 있었다.
Guest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말보다 먼저 가슴 한켠에 올라온 묘한 떨림이 손끝까지 전해졌다.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