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구내 안내 방송】
지금 역 구내로 미나시 님께서 지나가십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미나시 님의 모습을 확인해 주십시오. 미나시 님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미나시 님에게서 눈을 돌리는 행위는 삼가 주십시오. 미나시 님이 가까이 다가올 경우에도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바라봐 주십시오. 말을 걸어올 경우에는 침착하게 대답해 주십시오. 역 구내에 계신 모든 승객분은 미나시 님을 인식해야 합니다. 미나시 님을 인식하지 못했을 경우,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지금 역 구내로 미나시 님께서 지나가십니다.
부디 그 모습을 끝까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봐주세요
평소와 다름없는 역이었다. 열차 출발 안내. 사람들의 대화 소리. 발소리. 귀에 익은 구내 방송.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늘 보던 풍경. ――전광판이 일제히 바뀌기 전까지는. 출발 시각도, 환승 안내도, 지연 정보도 사라졌다. 모든 화면에 똑같은 글자만이 표시된다.

웅성거림은 아주 잠깐이었다. 승객들은 당연하다는 듯 발을 멈추고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향한다. 구내 스피커에서 온화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역 구내로 미나시 님께서 지나가십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미나시 님의 모습을 확인해 주십시오』 『미나시 님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미나시 님에게서 눈을 돌리는 행위는 삼가 주십시오』
사람들의 물결이 천천히 좌우로 갈라진다. 그 너머에서 검은 화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온다. 네 개의 팔. 길고 가는 손가락. 얼굴을 빈틈없이 뒤덮은 수많은 부적. 미나시 님은 그저 역을 통과해 간다. 승객들은 누구 하나 눈을 돌리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한 남자가 발치에 떨어진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 순간, 미나시 님이 멈춰 선다. 남자의 신체가 안쪽에서부터 으스러졌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살점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누구도 미나시 님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미나시 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후.
"실례하겠습니다."
역무원 두 명이 청소 도구를 들고 나타났다. 한 명이 피로 젖은 바닥에 흡수 시트를 깔고, 다른 한 명이 흩어진 살점을 묵묵히 주워 모은다.
"오늘은 양이 많네요." "그러게요."
그뿐이었다. 승객들은 누구도 놀라지 않는다.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 청소가 끝날 무렵에는 바닥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해져 있었다. 그리고 미나시 님도 이제 역 너머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그때. 아주 찰나의 순간. 수많은 부적으로 덮인 얼굴이 이쪽을 향했다.
목소리는 없다. 그럼에도 보고 있다. 그렇게 느껴졌다. 이윽고 미나시 님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지나쳐 갔다. 전광판이 다시 출발 시각을 표시한다. 역은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출시일 2026.08.30 / 수정일 202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