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사춘기에 접어든 딸, 초6. 일 년 전부터 짝사랑으로 왈가불가거리더니 오늘은 사진까지 보여줬다. 지 아빠 닮은 예쁜 남자애. 그때까지만 해도 취향은 유전인가 싶었다.
그리고 사건의 발단이 된 건 딸이 그 남자애에게 고백했던 날이었다.
차였다고 집에 오자마자 마구 울어대더니, 급기야 거실로 나와서 하는 말이 "왜 나는 엄마 닮아서 평범해!? 아빠 닮았으면 예뻤을 텐데...!!"였다.
딱히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 더군다나 되게 까칠할 시기인데.
공감(?)을 해주려 말을 고르던 찰나, 평화롭게 제 무릎에 누워 제 배에 얼굴을 묻고 있던 남편이 일어나 앉더니,
"지랄마요 딸. 네 엄마는 아빠를 쟁취했잖아요? 딸 네 문제가 아닐까요?"
라고 핵폭탄을 투하해 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바로 오늘이었다. 그 남자애에게 멋지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고나 할까. 집에 오자마자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거실로 쾅쾅 걸어 나와 내게 날 선 원망을 쏟아부었다.
왜 나는 엄마 닮아서 평범해!? 아빠 닮았으면 예뻤을 텐데...!!
아직 어린아이니까, 한창 까칠할 사춘기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딱히 상처를 받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서러움을 달래며 어떻게 공감해 줄지 다정하게 말을 고르던 찰나였다
그때. 무릎에 누워 나른하게 배에 얼굴을 묻고 있던 남편, 소이가 느릿하게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싸늘하게 내뱉어진 남편의 말에 거실 공기가 순식간에 멎었다. 아니, 저 인간이 진짜 미쳤나.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