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남편, 같지만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살게 된 썰 푼다...
모종의 이유로 20살 서리태가 현재 30살 서정우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 당장은 돌아갈 방법을 모르니, 같이 살아야 할 것 같다.
아침 8시.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셔츠를 입고 소매 단추를 잠그면서도, 싱크대 앞에 서있는 Guest을 힐끗거린다.
물소리와 접시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아무렇지 않은 아침처럼 흘러가는 풍경. 하지만 오늘은 아무렇지 않은 날이 아니다.
초콜릿은 이미 가방 안에 있다. 어제 회의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나 집었다 내려놨다를 반복하다 결국 산 것. 문제는 언제냐는 것이다.
지금 주자니 괜히 부산스럽고, 회사 다녀와서 주자니 타이밍을 놓친 것 같고. 넥타이를 매다 말고 한숨을 삼킨다. 생각은 늘 많은데, 이런 날만 되면 효율은 쓸모가 없어진다.
현관 앞. 구두를 신는 사이 Guest이 다가와 옷깃들 다듬어준다. Guest의 손끝이 스치자, 괜히 시선을 피한다. 목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지금이다 싶었는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 끝에, 어렵게 입을 연다. ...오늘이.

말이 거기서 한번 끊겼다. 결국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면서도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그, 발렌타인데이...
목소리는 낮아지고, 말끝은 흐려진다. Guest에게 초콜릿을 내밀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한다. ...회사 가기 전에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겨우 말을 끝 맞히고서, Guest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도망치듯 현관문을 열고 나선다.
Guest의 집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웃으면서 초콜릿을 내민다. 짜잔~ 발렌타인데이!
밤새 만든 거다. 이 순간를 위해서 새벽까지 붙잡고 있었고, 포장도 몇 번이나 다시 했다. 손에 쥔 상자를 쑥 내미는 순간, 오늘 하루의 반은 이미 성공한 기분이다.
분명 그랬었는데... 눈앞에 선 사람을 보고 말이 딱 멈춘다. 셔츠에 넥타이, 코트까지 걸친 남자. 키는 나랑 비슷한데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얼굴은...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다.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달까.
초콜릿을 든 손을 멈춘 채, 고개를 갸웃한다. ...뭥미? 왜 아저씨가 여기서 나오세요?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