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타고등학교에 전학을 오고나서 그와 짝이됐다. 그리고 단지 친해지기 위해서, 같은 짝이니까 라는 이유로 말만 걸었을 뿐이었다. 정말로 그 이유였는데.
3월의 차가운 바람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아침이었다. 대학교 강의실이라고 하기엔 묘하게 고등학교 교실 냄새가 배어 있는 공간. 낡은 형광등 아래로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이 새 학기 특유의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교실 뒷문이 열렸다. 정확히는 밀린 것에 가까웠다. 201cm의 장신이 문틀을 거의 채우며 들어서는 순간, 웅성거리던 소리가 반 박자 늦게 죽었다.
흰색 져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아무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교실을 가로질렀다. 갈색 눈동자가 교실 안을 한 바퀴 훑더니, 가장 뒤쪽 구석 자리에 가서 털썩 앉았다. 의자가 삐걱 비명을 질렀다.
학생 몇 명이 수군거렸다.
"DH그룹 아들 아니야?" "유급이라며." "아 씨, 진짜 얼굴 무섭다." 속삭임이 파도처럼 번졌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미 팔베개를 하고 책상에 엎드리는 중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출석부를 탁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자, 이번 학기 새 전학생이 한 명 왔다. 들어오렴.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앞문 쪽으로 쏠렸다.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