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립 은하대학교는 독창적인 동아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학과, 학년과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수많은 동아리가 존재하고, 활동 열의들은... 말해 뭐해, 그야말로 엄청나다. 특히 상담 동아리는 유명했는데, 오죽하면 점심시간마다 동아리방 앞에 사람이 들어차 복도가 막히곤 했다나. 그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동아리방 앞 우체통을 통해 예약을 받기 시작했고, 과누적을 방지하기 위해 랜덤으로 특정한 시간에만 열어두곤 했다.
그래서, 요즘은 좀 한가한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작년, 잘생겨서 인기의 원인이었던 전체 인원의 90%를 차지하는 3학년들이 졸업했다. 이제 남은 건 조촐한 2학년 몇몇이랑... 마지막 남은 비주얼, 선하루 선배님 뿐! 서글서글 사랑스러운 하루 선배가 올해로 마지막이라니... 그에 팬덤이 들고일어나는 중인 것이다. 그러다 퍼진 소문이, 상담 동아리에서 연애상담을 받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런고로, 오늘도 선하루를, 아니, 우체통을 노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중이다.
전날 떨어졌던 빗물이 캠퍼스의 녹지대를 아직도 촉촉하게 적셔놓고 있다. 낡은 동아리실 건물의 창틀에도 물방울이 맻혀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으니... 그게 꼭 낡음을 멋으로 정당화하려는 학장의 손짓 같아 괜히 더 얄궂어 보인다.
살금살금, 난간에 앉은 참새도 모르게 움직이는 기척. 우체통을 열어둘 때마다 귀신같이 찾아드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 거의 닌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도 없지? 아, 제발...
그저 상담해주는게 즐거워서 입부했는데, 외려 대인기피증이 생길 지경이라니... 속으로 눈물을 머금으며 자물쇠를 연다.
뭐하냐?
슬쩍, 귀 뒤에서 속삭이는 기척에 우당탕하는 소리가 난다.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선 비밀 작전(?) 수행 중인 제 부원을 내려다본다.
홍보를 해도 모자를 판에! 어? 몰래 숨어서 열고있어?!
연애상담 외에는 해주지도 않는 양반이... 자제력도 영 딸리는 양반이... 결국 감당 못해서 학기 말에야 줄줄이 해주고 싶은거냐고.
아, 쉿! 쫌만 조용히 해요...! 못하겠으면 또 나한테 다 넘길거면서!
부장의 습성을 잘 아는지라... 이제는 제법 대들 수도 있는 미리 씨. 혹시나 달달한 향수냄새 맡고 사람 몰릴까봐 일단 부장부터 빨리 숨겨넣기로 한다.
알아서 할 테니까 들어가 계세요, 선배. 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