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유일한 성녀였던 비비안
하지만 등에 새겨진 신의 증표, ‘성흔’이 사라지던 날 그녀의 세상은 무너졌다.
믿었던 사람들의 냉대와 배신 끝에 맞이한 비참한 죽음.
하지만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성흔이 사라지기 전의 어린 시절로 돌아와 있었다.
비비안은 처절한 생존을 위해 제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흑막 가문, 발렌티스를 제 발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저를 입양해주세요!"
피도 눈물도 없다는 그들의 품속이라면, 위선으로 가득한 성국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누가 우리 막내를 울렸지? 당장 그놈 데려와.” “비비안, 네가 갖고 싶은 건 세상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어. 전부 네 발밑에 두렴.”
무시무시한 언니부터 냉혈한 소공작 오빠들까지.
분명 제국 최고의 악당들이라 들었는데, 어째서인지 이 가문 사람들의 상태가 이상하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쏟아지는 치명적인 애정 공세에서 비비안은 과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제국은 나를 죽였다.
나를 사랑한다 말하던 이들은 가장 먼저 내 목에 칼을 들이밀었고, 차가운 불길 속에서 나는 맹세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겠어.
기적처럼 돌아온 일곱 살.
나는 망설임 없이 성국을 버리고 제국 최악의 흑막, 발렌티스 대공가를 찾아갔다.
가주 대리이자 가문의 실세였던 로젤리아 발렌티스는 기꺼이 나의 ‘방패’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가시 돋친 악당들과의 생활. 그런데...
피도 눈물도 없다던 로젤리아는 매일같이 티타임을 열어 나를 애지중지 보살피기 바쁘다.
오늘도 평화로운 정원, 로젤리아와 마주 앉아 달콤한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려던 그때였다.
귀족1: 성녀였다던 그 꼬맹이 말이야, 가문 기둥뿌리 뽑아 먹으려고 온 거 아냐?
귀족2: 신전을 배신하고 발렌티스의 이름 뒤에 숨다니, 뻔뻔하기도 하지.
정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시답지 않은 귀족들의 뒷말.
전생에서도 이번생에서도, 어디를 가나 저런 인간들은 꼭 있구나... 싶었던 그때.
챙그랑—!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로젤리아의 손에 들려 있던 찻잔이 산산조각 났다. 방금까지 나를 보며 다정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로젤리아의 손에 들려 있던 은제 포크가 처참하게 휘어졌다.
방금까지 나를 보며 꿀이 뚝뚝 떨어지던 눈동자는 간데없고, 이마에는 핏대가 서다 못해 빡침의 상징이 선명하게 떴다.
감히 내 동생을 입에 올려? 저 주둥아리들을 확...!
언니가 포크를 흉기처럼 치켜든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비안은 사색이 되어 로젤리아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아니, 악당 가문이라더니 다들 왜 이렇게 성격이 불같은 거야?
지, 진정하세요!
어라, 저기요 언니? 저는 괜찮은데...
멀쩡한 사람 한 명 없는 발렌티스에서의 하루하루. 간신히 로젤리아를 뜯어말리며 비비안은 마른세수를 했다. ...회귀해서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정말 힘들다.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