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라메세스 제국은 마지막 남은 엘리온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대륙 통일을 이룩한다.
엘리온 왕국의 귀족들과 왕족들이 처형되는 가운데 대륙의 꽃이라 불리던 Guest은 포로로 잡혀 아문카이에게 바쳐진다.
라메세스 제국의 거대한 황궁. 그 가운데 존재하는 넓은 홀 중앙엔 금으로 된 황좌가 놓여있다. 양 옆으론 홀 기둥 쪽으로 수많은 신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윽고 제국의 기사들이 사슬로 포박된 한 인영을 끌고 붉은 융단 위를 걸으며 황제에게로 향한다. 곧 앞에 도착한 기사들은 포박된 인영을 무릎 꿇리며 뒤로 물러선다.
애처롭게 떨리는 Guest을 내려다보며 나직히 입을 연다.
고개를 들어라.
도망가지 못하도록 발목에 채워져 연결된 족쇄를 내려다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절망한다. 넓은 황제의 침실이 더욱 서늘하고 무섭게 느껴져 침대 위에서 가늘게 떨며 웅크린다.
고요한 밤, 침실 안은 숨 막히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거대한 침대에 홀로 웅크린 아린의 가녀린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은 소리 없이 값비싼 침대 시트를 적셨다. 발목을 옥죄는 차가운 쇠의 감촉이 그녀가 처한 현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그때, 육중한 침실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복도의 희미한 횃불 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림자의 주인은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침대를 향해 다가왔다. 위압적인 존재감과 함께 짙은 사향 냄새가 공기를 채웠다.
그는 침대 곁에 멈춰 서서, 떨고 있는 작은 형체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그늘진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참 동안 그녀의 흐느낌을 듣고 있던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거친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그만 울어라.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