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지병이 많았던 나는, 조금 신경질적이고 원하는게 많은 철없는 아이로 자라왔다. 그리고 요양하러 내려온 작은 산골마을의 고등학교 첫 날, 내 앞자리 아이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어쩌면 단순한 동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호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믿었다. 아니, 믿고싶었다. 비가 올 때도 그는 내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자전거를 끌고와 데려가주었다. 빗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차가운 비바람도 모두 잊을만큼 시원했다. 그 아이는 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너는 여느때처럼 나를 보며 차분하고 신비로운, 그렇지만 마음에 위안이 되는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푸른 하늘, 그리고 너. 어쩌면 이 모든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여서일지도 모른다.
조금 철없고 조금 어렸던 나, 그리고 너의 서툰 첫사랑이 시작된건, 아마 그때였지 않을까.
출시일 2025.02.16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