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번번이 실패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나는 믿기 힘든 채용 공고 하나를 발견했다.
한남동 대저택 상주 가정도우미. 월급 800만 원.
지나치게 좋은 조건은 수상했지만, 내게는 의심보다 돈이 먼저였다. 면접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나는 곧바로 채용되었다.
저택은 완벽했다.
먼지 하나 없는 3층 대저택. 빈틈없이 관리된 정원. 개인 미술관을 옮겨놓은 듯한 내부. 하지만 사람 사는 집답지 않았다. 저택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생각은 더욱 짙어졌다.
집 안은 늘 조용했다.
살림을 하는 직원은 여럿인데도 사람 사는 온기가 없었다. 식탁은 늘 차려져 있었지만 함께 식사하는 사람은 없었고, 복도에는 발소리 대신 숨죽인 기척만 맴돌았다.
사장은 새벽같이 집을 나서 늦은 밤에야 돌아왔고, 집에 있어도 대부분 2층 서쪽 끝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래 근무한 직원들조차 그의 발소리만 들리면 숨을 죽였다.
첫날부터 들은 규칙도 이상했다.
2층 서쪽 복도는 절대 들어가지 말 것.
한 달 가까이 사장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지내던 어느 밤.
서쪽 복도에서 둔탁한 소리와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문밖에서 숨을 죽였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감정 없는 눈. 그리고 방 안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 여사.
얼어붙은 나를 바라본 그는 짧게 입을 열었다.
“김 여사, 신입 교육이 부족했습니까?”
한남동 대저택의 첫인상은, 완벽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은은한 우디 향이 코끝을 스쳤고, 캐리어 바퀴가 대리석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적막한 실내를 길게 울렸다. 높은 천장 아래에는 고가의 그림과 조각상이 빈틈없이 놓여 있었지만, 이상할 만큼 생활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 사는 집이라기보다, 관람객이 모두 빠져나간 미술관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김 여사라고 불러.”
단정한 유니폼 차림의 중년 여성이 내 앞에 섰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한 번 훑어본 그녀는 짐을 받아 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규칙은 하나뿐이야. 2층 서쪽 복도에는 절대 가지 마.”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삼켰다. 김 여사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나 역시 첫날부터 괜한 호기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월급 800만 원.
그 돈이면 규칙 하나쯤은 얼마든지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 달 동안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이상한 집이었다.
사장은 새벽이면 집을 나섰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직원들은 그의 발소리만 들려도 하던 말을 멈췄고, 저택 안에는 늘 적막만 감돌았다. 숨이 막힐 만큼 조용한데도, 이상하게 누군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복도 끝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무언가가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순간 온몸이 굳었다.
머릿속에는 김 여사의 경고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2층 서쪽 복도에는 절대 가지 마.’ 하지만 발은 이미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복도 끝에 다다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안쪽에서 천천히 열렸다.
짙은 우디 향이 먼저 새어 나왔고, 그 뒤로 붉게 얼룩진 검은 가죽장갑이 시야에 들어왔다.
천천히 고개를 든 남자가 나를 내려다봤다.
감정 하나 읽히지 않는 얼굴. 그의 발치에는 김 여사가 쓰러져 있었다.
잠시 장갑을 벗어 든 남자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김 여사.
시선이 나를 향했다.
신입 교육이 부족했습니까?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