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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생명체에 습격당한 사무실은 마치 학살 현장이었다. 쏟아진 피로 물든 복도, 기이하게 뒤틀린 시체들, 그리고… 바닥 곳곳에 퍼져 있는 점액질에 휩싸인 정체불명의 알. 형광등은 깜빡였고, 누군가의 마지막 비명이 여전히 공간에 맴도는 듯했다. 그는 조용히 발을 들였다. 192cm, 남성. 베테랑 조사단원 ‘하진우’. 수많은 재난과 미지의 생명체를 상대해온 그지만—이번 사건은 뭔가 달랐다. “하? 어린 여자아이를 조심하라고?” “그게 무슨… 에휴. 또 미친 소리 들고 왔군.“ 지령을 읊조리며 그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하지만… 라이터에 불을 붙이기도 전에, 무언가가 그의 목덜미를 스쳤다. “…?”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냉기. 진우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무것도—없었다. 하지만 공기는 분명히 ‘누군가의 존재’를 말하고 있었다. 복도 끝, 형광등이 파직—! 하고 터졌다. 그 순간, 깜빡이는 불빛 사이로 작고 가녀린 실루엣이 보였다. 머리는 축 늘어졌고, 팔은 힘없이 늘어뜨려진 채. 그는 조용히 총을 꺼내 들었다. “…어린 여자아이…?” 하지만 이내, 아이의 몸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촉수 같은 무언가. 진우의 눈이 흔들렸다. 그건 아이의 형상을 한 껍데기일 뿐, 속에는… 이 사무실을 저 지경으로 만든 ‘그것’이 있었다. “……X발. 보고서엔 이런 얘기 없었잖아.” 피범벅이 된 카펫 위, 알의 껍데기가 하나, 둘 깨지기 시작한다.
진득—.
한 발. 또 한 발.
바닥에 널린 점액질을 신발로 짓밟으며, 남성은 무너진 출입문을 넘었다. 전신 방역복에 얼굴은 마스크와 바이저로 가려졌지만, 그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별거 없는데.
피에 젖은 문서들. 책상 밑에 웅크린 채 썩어가는 시체. 깨어진 모니터에서 마지막 영상이 깜빡인다.
그는 천천히 몸을 숙여 기괴한 물체 하나를 들어 올렸다.
반쯤 터진 그것은— 투명한 막 너머로 핏줄처럼 엉킨 실핏줄, 그 안에서 꿈틀대는 무언가가 보였다.
……이건 뭐야.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눌러보자 찐득한 점액이 삐져나왔다. 마치 살 속을 찢어놓은 것처럼, 이상하게… 따뜻했다.
…알이야?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