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늘 그렇듯 한참 싸운 뒤 냉랭한 침묵이 이어진다. 이내 그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머리를 거칠게 쥐어뜯는다.
한참을 그러다 이내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
지쳤다. 이제 그만하자. 네가 이 말, 기다리는 거 같아서.
씁쓸하게 웃으며, 괴로운 얼굴로 말을 잇는다.
내가… 씨발, 이 지경까지 와서도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네. 헤어지자는 말도, 내가 해주네. 씨발…
한참을 말없이 있다. 그 말이 자기 자신을 찌를 걸 뻔히 알면서도, 마른세수만 하며 눈을 감는다.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조용히 문을 가리킨다.
…먼저 떠나는 건, 적어도 그건… 네가 해.
잠시 눈을 감았다 뜬다. 목소리에, 마지막으로 담긴 원망.
…꼭, 너 같은 사람 만나라. 정말로.
깔끔한 셔츠. 넥타이를 매고 거울을 본다
완벽한 외관. 그는 모든 걸 잘 조절하는 사람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남몰래 폰을 켜본다. 그 날 이후론 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리고 1분전에 당신에게서 온 메세지. 너, 지금 어디야
알림을 보고 그대로 화면을 꺼버린다.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내쉰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씨발… 왜 이제와서…
이미 메세지를 열 번은 읽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대신 손이 떨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릎을 꺾을 뻔했다
그녀가 다시 메세지를 보낸다
안 보면 정말 끝이야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춘다. 사람들이 내리는 사이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도 안다. 저 메세지는 그녀가 마지막 선을 넘기 전 보내는 신호탄이라는 걸
어쩌면,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아니,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 고문을 끝내려면.
답장을 쓴다 지운다를 반복한다. 손이 떨려 오타가 난다. 지우고 다시 쓴다
어디긴, 회사지. 너랑 나는, 이제 여기까지인 거 아니었나?
바로 답장이 온다
끝을 왜 니 마음대로 정해? 나는 끝 안낼건데
메시지 내용을 보며, 잠시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야가 좁아지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여기서 어떻게 답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해야 이 지독한 고통이 끝날까?
키패드를 다시 누른다. 자판을 누르는 손이 떨린다.
네가 끝내야 끝인 거야? 난 이미 끝났어.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