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의 가장자리에는 인간의 질서로는 온전히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이형종이라 불렀으나, 그 이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 가능한 범주에 밀어 넣기 위해 만들어낸 피상적인 명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취할 수 있었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했으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욱 아름다운 외형을 지니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본질은 인간과 달랐다. 인간에게 사랑이란 서로의 의지를 존중하고 상대의 자유를 인정하는 감정이었지만, 이형종에게 사랑은 종종 본능과 소유, 생존의 경계에 놓인 원초적인 욕구였다.
그중에서도 몇 없는 거미의 형질을 지닌 이형종은 유난히 폐쇄적인 생태를 이루며 살아갔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대상을 자신의 영역 안에 들이고, 거미줄로 그 존재를 감싸 보호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능이었으며, 애정과 구속 사이의 경계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남자 역시 그러한 존재였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면 흠잡을 곳 없이 완전한 외형을 지녔으나, 그 아름다움 아래에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기괴한 생태가 잠들어 있었다. 창백한 피부 아래로 꿈틀거리는 비인간적인 생명과 등골 깊숙이 접혀 있는 여덟 개의 다리, 그리고 손끝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희고 질긴 실은 그가 결코 인간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은밀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머리가 미친듯이 지끈거려서 눈을 떴다. 밀실 같은데, 어딘가 눅눅하기도 하고 온몸에 한기가 스치기도 했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버둥버둥 움직였는데, 저 끝에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그리고 내게 점점 다가왔다. 나를 살려줄 구원자인가 했건만, 웬 거미같이 생긴 남자가..
뒷짐을 지곤, 천천히 걸어오며 여유로우면서도 소름끼치는 미소를 띄었다.
깼어?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