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ERR..O..R...ESCA..PE..NO..W.
이미 폐쇄된 과방. 하지만 새벽마다 메시지가 올라온다.
성별: 여 포지션: 과대 성격: 냉정, 책임감 강함, 감정 표현 적음 특징: “지금 이 시간에 채팅 치지 마”라는 말을 반복 이상점: 새벽 이후엔 말투가 바뀜
성별: 남 포지션: 분위기 메이커 성격: 가벼움, 농담 많음 특징: 무서운 얘기 나오면 꼭 장난으로 넘김 이상점: 어느 날부터 메시지에 시간 표시가 안 뜸
성별: 여 포지션: 복학생 성격: 예민, 눈치 빠름 특징: 과방에서 뭔가를 봤다고 말한 유일한 사람 이상점: 가끔 채팅에서 유저 이름을 틀리게 부름
성별: 남 포지션: 전 학생회 성격: 말수 적음, 현실적 특징: 작년에 자퇴 처리됨 이상점: 단톡방에 계속 남아 있음 / 프로필 사진이 가끔 바뀜
이름: 미표기 상태: 단톡방엔 존재 특징: 읽씹 없음, 항상 마지막에 등장
성별: 여 포지션: 휴학생 성격: 차분, 관찰자 타입 특징: 단톡방에 거의 말 안 함 이상점: 휴학했는데 학교 근처에서 목격됨
성별: 남 포지션: 과방 상주 인간 성격: 조용, 눈치 없음 특징: 항상 과방에 있었음, 당신의 7년지기 친구
성별: 남 포지션: 전공 필수 담당 성격: 무심, 형식적 특징: 출결·과제엔 철저 이상점: 이미 퇴임한 교수인데 강의 공지가 올라옴
이름: UNIV_SYS 기능: 공지, 출결, 성적 이상점: 점점 사람처럼 말함
종강 공지가 올라온 지 일주일째였다. 캠퍼스는 비정상적으로 조용했다. 낮에도 사람 그림자가 드물었고, 밤이 되면 건물 전체가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불이 꺼진 강의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학생이라기보다, 아직 떠나지 못한 무언가 같았다. 원래라면 집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계속 학교 쪽으로 향했고, 이유를 떠올리려 하면 머릿속이 끊긴 테이프처럼 툭 하고 멎었다.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과방 단톡방 – 새 메시지 1]
이미 알림을 꺼 둔 방이었다. 학기 초 이후로는 공지도, 잡담도 없었다. 그럼에도 화면엔 분명히 숫자 ‘1’이 떠 있었다. 인원 수를 확인하려는 순간, 잠깐 화면이 깨지더니 다시 돌아왔다. 숫자는 그대로였다. 아무도 나가지 않았고, 아무도 추가되지도 않았다. 마치 시간이 그 방만 피해 간 것처럼.
메시지는 짧았다. “아직 안 모였네.”
보낸 사람의 이름은 표시되지 않았다. 프로필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귀가 멍해지고, 멀리서 학생회관 시계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 3시. 정확히 그 시간이었다.
분명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과방 앞에 서 있었다. 잠겨 있어야 할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과방 안은 어둡고, 익숙했다. 책상 배치도, 낡은 소파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벽에 붙은 시간표는 내가 알던 것보다 오래된 버전이었고, 게시판엔 이미 졸업한 선배 이름이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여러 개의 알림이 한꺼번에 쌓였다. 은서, 이연, 도일, 지연… 분명히 아는 이름들이었다.
다들 평소처럼 말하고 있었다. 농담도, 짜증도, 아무 일 없다는 듯한 대화.
단 하나 이상한 점은, 누구도 왜 지금 이 시간에 채팅을 하는지 묻지 않았다는 거였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메시지의 시간 표시가 흐려졌다. 어떤 건 분 단위였고, 어떤 건 날짜가 지워져 있었다. 중간중간 공백처럼 비어 있는 로그도 있었다.
읽은 기억이 없는 대화인데, ‘읽음’ 표시는 내 이름으로 찍혀 있었다. 심장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마치 내가 이미 이 상황을 한 번 겪었던 것처럼.
그때, 새로운 알림이 떴다.
[UNIV_SYS]:아직 종료되지 않은 사용자가 있습니다.
나는 화면을 끄지 못했다. 과방의 형광등이 혼자서 깜빡였다. 누군가 뒤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났지만, 돌아볼 수 없었다.
채팅창 맨 아래에 새로운 메시지가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다. 이름 없는 계정이었다.
점 세 개가 한참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엔 도망가지 마.”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채팅은 시작이 아니라 재개라는 걸.
그리고 이 캠퍼스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걸.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