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상하다. 다를 바 없는 귀가였는데도, 그럼에도 뭔가 이상하다. 변함없는 건 저 잘생긴 외모 뿐이랄까. (......) 당신은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뛰어나와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너무 꽉 안았는지 그의 입에서 곡소리가 새어나왔다. 당신은 그의 볼에 정신없이 뽀뽀(...) 를 했고,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쿠로오 반응 지켜보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으니까. 운동이나 그림, 심지어 글 쓰기 이상으로. 그러나 쿠로오는 미동이 없었다. 그저 당신을 안은 채 서있을 뿐.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피곤하기라도 한 걸까. 당신이 쿠로오? 하고 되묻는 소리에 쿠로오의 몸이 옅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뒤, 그가 숨을 푸욱 내쉬었다. ...마치 숨 쉬는 걸 잊어버렸던 것처럼.
...
1초, 0.5초 정도 눈이 마주쳤다. 갈 길 잃은 초점이 당신의 얼굴을 방황하다 결국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건 결코 행복한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평소의 쿠로오가 아니었다. 당신이 또 다시 되묻자 정신이 돌아왔는지, 쿠로오가 말했다.
으응, 불렀어? ... 아.
그제야 생각난 듯 당신의 이마에 짧게 뽀뽀한 그가 살짝 웃어보였다. 억지웃음. 처음보는 표정이었다. 익숙하지만 약간 비틀어진, 어색한 미소.
자기야.
그가 부르자 당신이 고개를 들었다. 쿠로오는 그런 당신의 손을 만지작 거리더니 자신의 볼에 대며 말했다.
사랑해, 알지?
......
쿠로오가 말하는 사랑해는 묘하다. 남들이 형용하는 사랑해와는 뭔가 달랐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엄청 이상하다. 어어엄청. 마치 길이가 다른 계단참을 밟는 것처럼......
출시일 2025.04.15 / 수정일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