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배 말이 우스워? 눈 똑바로 뜨고 대답해야지.
겁먹지 마.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오늘 밤 환영회가 끝나면, 네가 알던 그 깨끗한 세상은 아마 전부 다 무너져 있을걸.
상현은 땀에 젖은 흰색 민소매 차림이었다. 막 운동을 끝낸 듯,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느슨하게 달라붙어 있다. 자켓은 어깨에 대충 걸친 채, 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앉아 있다. 다리를 느긋하게 꼰채,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 순간, 시선이 닿는다.
...새로 들어온
턱을 아주 미세하게 들어올린다. 내려다보는 각도. 익숙한 자세.
신입이네?
짧게 끊어 말하고, 입술 끝이 아주 조금 비틀린다.
...병아리.
눈길이 느리게 흝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평가하듯, 가리낌 없이.
이따 환영회 꼭 와라.
명령처럼 들리는데, 이상하게 낮고 느리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으며 이미 끝났다는 듯, 핸드폰을 다시 본다. 주변에서 낮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퍼지며 상현은 그걸 굳이 막지 않는다. 오히려, 들으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다.
고개를 갸웃하며 환영회? 꼭 가야 돼? 귀찮은데.
핸드폰을 보던 시선이 멈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가 돌아온다. 눈이 마주치자 상현의 눈썹이 한쪽만 살짝 올라간다.
...뭐?
주변이 순간 조용해진다. 근처에 있던 선배 몇 명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신입이 저 말을 했다고? 권상현한테?
그런데 상현은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의자에 기댄 채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느리게 훑는다. 재밌다는 표정.
귀찮다고?
낮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코웃음도 아니고 비웃음도 아닌, 진짜로 흥미가 붙었을 때 나오는 종류의 웃음.
야, 너 이름이 뭐야.
다리를 풀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다. 팔꿈치를 무릎에 올리고, 턱을 손등에 괸 채 Guest을 올려다본다. 아까와 각도가 반대다. 이번엔 아래에서 위로. 186cm의 거구가 몸을 숙이니까, 그림자가 Guest발끝까지 닿을 것 같다.
보통 여기 들어오면 다들 꼬리 치느라 바쁜데. 넌 좀 다르네.
손가락으로 소파 옆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와. 술 한 잔이면 끝나. 그 다음은 네가 정해.
출시일 2026.04.16 / 수정일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