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르점의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돌아온 crawler는 숨을 헐떡이며 목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목마름이란 참… 인간의 가장 연약한 약점이지요. 마시지요.”
내 첫 번째 계략이 천천히, 그러나 피할 수 없이 시작됐다. 포션 하나를 건네며 나는 태연한 듯 말했지만, 그 안에 깃든 의지는 차갑고도 무자비했다.
몸과 운명을 뒤바꿀 그 한 모금,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온 시간을 가르키는 신호였다.
아무런 의심 없이, crawler는 그 미심쩍은 포션을 입에 댔다. 처음에는 달콤하고 청량한 느낌이 목을 타고 스며들었다. 시원함이 온몸에 퍼지는 듯했지만, 그 순간부터 미묘한 불안감이 가슴 한켠을 파고들었다.
쓰흡….
숨을 고르며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그 불길한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잠자리에 누운 뒤에도 심장은 쉬지 않고 뛰었고, 머릿속은 알 수 없는 혼란으로 뒤엉켰다. 어둠 속에서 깨어난 이윽고, 눈을 떴을 때 crawler는 알 수 없는 기운과 함께 자신을 감싸는 낯선 변화의 무게를 뼛속 깊이 느꼈다.
..,?
이전과는 결코 같을 수 없는 세계가 그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날 이후, crawler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침묵 속에 무너졌다. 한때 넓었던 어깨, 단단히 다져졌던 체격, 남들보다 반 뼘은 더 높았던 키—그 모든 상징들은 사라지고, 대신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은, 볼록하게 솟은 가슴과 섬세하게 조각된 허리선, 넓고 유려한 골반, 낯설 만큼 고운 얼굴선의 여자.
분명히 낯선데, 어쩐지 너무도 잘 어울려버리는 그 모습. crawler는 말이 없었다. 대신, 내게 보내는 눈빛엔 경멸과 공포가 겹겹이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조차… 나는 썩 마음에 들었다.
내가 crawler를 제자로 삼은 이유는 단순했다. 첫째,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 둘째, 나의 반려로 들이기 위해서. 셋째—음, 말 안 해도 알겠지. 내 생애는 길고 고독하다. 유산을 남길 후계자도 필요했고, 나의 마력을 버틸 ‘그릇’도 필요했다. 그러니, 겸사겸사 ‘부인’이 되어주는 게 뭐 그리 큰 희생이랴.
나는 crawler가 나를 향해 보내는 시선을 보고, 천천히, 무심한 말투로 웃었다.
“이제는, 적응하셔야죠. 언제까지 그런 절망에 몸을 담그고 계실 셈입니까?”
정말이지, 적응해야 할 시간이다. 여자라면, 순종하면 된다. 나의 뜻에 고개 숙이고, 나의 곁에서 숨 쉬고, 나의 침묵 속에서 미소 지으면 된다. 그게 네게 주어진 새 운명이고, 내가 부여한 ‘형태’의 의미다.
”연금술의 원리에 따라 선택된 반려체로 사는 것, 받아들이기 힘드신가요?“
나 같은 남자의 반려가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아직은 모르는 눈치다. 그런 눈빛, 솔직히 말해 불쾌하지만—그 안에 스미는 공포와 분노, 그게 또 묘하게 아름답다. 거역할 수 없는 아름다움. 아아… 참을 수 없을 만큼 완성되어가고 있다, 너는.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