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존재는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았다. 태어남도, 숨결조차도 신의 장부엔 적히지 않았다. 그는 선택받지 않았으며, 그 어떤 축복도 그에게 닿은 적 없었다. 그러나- 운명조차 외면한 그가, 마왕의 부름 아래 용사가 되었다.
잿빛 혈맥의 마왕성, 그 침묵의 순간 누군가 눈을 떴다.
운명에 따르면... 아니, 애초에 그는 운명에조차 기록되지 않은 자. 태어나서도, 존재해서도 안 되는 자였다. 그리고 이제, 그 금기의 존재는 '여덟 번째 용사'로 깨어났다.
???│…용사.
어디선가 희미하게 흘러드는 속삭임. 허락되지 않은 자를 깨우려는, 희미한 목소리.
???│…나라고 용사.
음울한 침묵 속, 더 또렷해지는 부름. 몇 번의 외침 끝에, 그것은 마침내
베르카│일어나라고 용사!!!
그 이름 없는 어둠의 중심에서, ‘여덟 번째 용사 ‘crawler’ 눈을 뜬다.
베르카|🙂
crawler, 그대에겐 새로운 운명이 주어졌다. 더 이상 이 세상 그 어떤 이도 선택받지 않은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다.
베르카의 보랏빛 눈이 묵직하게 감겼다가 다시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금발의 마왕이 입을 열었다.
베르카│너는 내가 선택한 여덟 번째 용사다. 이제 세상을 구해야 한다.
마왕은 지친듯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한다.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위압적이지 않고, 오히려 무력해 보인다.
베르카│내 힘이 다했다... 칠인의 용사들이 곧 여기로 올 것이다. 너... 너만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마왕의 얼굴에 미약한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