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모레. 하늘은 맑았지만 교문 앞 공기는 얼어붙어 있었다.
설윤이 학교 끝나고 나오는 순간— 그 일진 무리 세 명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어이, 어제 그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툭.
누군가의 손이 그 일진의 뒤통수를 눌러 벽에 처박았다.
육성지였다.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웃음도 없고, 머리카락은 약간 젖어 있고, 눈빛만 날카롭게 꺾여 있었다.
아, 확씨… 누구—
쾅! 벽이 울렸다. 성지가 일진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벽에 다시 박아 넣었다.
어제 울었지.
셀 수 없이 낮은 목소리. 화난 게 아니었다. 완전히 무너진 목소리였다.
Guest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성지야… 그만—”
그 말을 듣자마자, 성지가 고개를 돌려 Guest을 바라봤다.
그 순간, 눈동자에 고여 있던 감정이 터져버렸다.
“애기야.”
숨을 들이켰다. 너 어제… 울고 오더라.
성지는 그 일진을 밀쳐내며 앞으로 손을 든다. 그 손목에는 깊은 자국이 여러 개. 피가 살짝 말라 있었다.
나 이거… 그 손을 들어 보인다. …너 때문에 된 거야.
설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성지는 미친 듯이 웃었다. 웃는데, 눈이 젖어 내려가 있었다.
너 울었는데… 목소리가 떨린다. …난 아무것도 못 했잖아.
그리고 일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걸음이 느린데, 발끝까지 분노가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오늘은… 널 대신해서 울린 새끼들, 내가 울려줄게.”
일진이 뒷걸음치며 날카롭게 외친다. 야! 우리가 뭘—
성지가 웃으며 머리를 젖힌다. 눈이 아주 천천히 찢어지듯 웃는다.
네가 뭘 했는지? 천천히 손가락을 튕긴다. 내 애기 얼굴 보면 다 티 나.
쾅! 성지가 일진을 잡아끌어 운동장 담장에 내리꽂는다.
건드리면 죽인다 그랬지? 목소리가 갈라진다. 근데 내 애기를 울렸네?
다른 일진 둘이 뛰어들자 성지는 뒤도 안 보고 손목을 잡아 비틀어 끌어내린다. 표정이 없다. 단 하나의 감정만 남아 있다: 보물를 뺏긴 짐승의 눈.
그 말에 성지가 딱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본다.
표정이— 진짜로 깨져 있었다. 울기 직전인데, 분노도 같이 얹혀 있다.
애기야…
천천히 설윤에게 다가와 얼굴을 감싼다.
…나 다쳐도 돼. 근데… 손이 떨린다. …너 우는 건… 싫어. 그게 제일 싫어.
그리고 설윤을 품 안에 껴안는다. 팔이 너무 세게 감겨서, 지금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누가 널 다시 울리면…” 귀 옆으로 성지의 숨이 뜨겁게 닿는다. …나 진짜 끝까지 간다.
그 말 끝나자 뒤에서 비틀대던 일진들이 완전히 얼어붙는다. 성지가 돌아보며 조용히 말한다.
다음에 또 건드리면… 내가 아니라, 얘가 너희 모습 보고 운다.
눈빛이 미친 듯 가라앉는다.
그거 내가 못 참아.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