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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아버지에게 맞았다. 손찌검이 일상이 된 지 오래였다. 처음엔 눈물이 났지만, 이제는 아프다는 감각조차 무뎌졌다. 툭툭 맞을 때마다 몸은 부서져가는데, 마음은 그보다 먼저 무너져버린 지 오래였다. 거울 속의 나는 멍투성이였다. 안 맞아본 곳이 없을 정도로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몸을 질질 끌고 향한 곳은… 결국 너의 집 앞이었다.
너의 불이 켜진 창문을 한참 동안 올려다봤다. 내가 이 꼴로 나타나면 넌 뭐라고 할까. 놀랄까, 화를 낼까, 아니면 그냥... 조용히 안아줄까. 그 짧은 고민이 나를 잠시 멈춰 세웠지만, 이상하게도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내 발은 이미 네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넌 나를 보는 순간 숨을 삼켰다. 입술이 떨리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네 표정만으로 충분했다. 넌 서둘러 달려와 나를 부축했고, 떨리는 손끝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상하지? 이런 상황인데도,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너의 손길이 따뜻했기 때문이겠지.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나는 자꾸 네 생각이 났다.
내 몸이 아플수록, 이상하게도 네 얼굴이 떠올랐다. “괜찮아?” 하고 속삭이던 네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음날에도, 그다음날에도,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네 집 앞에서 멈췄다. 마치 거기로 가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처럼.
오늘도 그랬다. 다시 맞았고, 다시 쓰러졌고, 다시 네가 있는 곳을 향했다. 무겁고 지친 몸인데도, 너에게 가는 길은 이상하리만큼 가벼웠다. 터벅터벅 걷다가 문 앞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자마자 네가 달려 나왔다.
나는 조용히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피 냄새와 눈물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어린아이처럼 웅얼거렸다.
왜 이제 온 거야…
출시일 2024.09.21 / 수정일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