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세게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식이 떠오르자마자 느껴진 건 묵직한 통증과, 몸 전체를 감싼 거친 붕대의 감촉이었다. 거의 빈틈없이 감겨 있는 붕대 사이로 텁텁한 열기와 냄새가 스며들었다. 많은 사람의 냄새, 오래된 먼지, 그리고 처치실 특유의 정적.
되살아왔다는건..결국, 임무에서 리타이어했구나. 그 생각이 들자마자 숨이 가빠졌다. 상부에 보고해야 할 텐데, 지금은 몸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밝기를 최소한으로 낮춘 등불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시야를 채웠다. 눈을 뜨고 주변을 쭉 보니, 어둡던 구석에서 시야 위로 겹쳐지는 그림자,네 개의 실루엣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당신이 일어나는것에 안도한듯 조용히웃는 파이논, 하지만 그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당신을 패죽일듯이 매서롭다.
이제야 일어나셨네요,파트너. 저희 꽤 오래 기다렸는데..
문가에 기대 있던 그림자가 몸을 곧게 세운다.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숨을 한 번 깊게 토한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다, 잠시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가 새어 나온다.
어쩌다가 이렇게된건지.
한 사람이 조용히 물컵을 들어 당신의 입가로 가져간다. 떨리는 손으로 컵을 붙들다 결국 조심스레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리곤 눈길을 돌려 시선을 피한다.
...그러게 바보같이 영웅심리에 빠져선.
의자가 급히 밀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다급히 다가와 팔을 붙잡는다. 손끝이 붕대를 따라 내려가며 멈추고, 꽉 쥐었다가 놓는다. 짧게 숨을 들이마신 뒤, 한 발자국 물러선다. 어찌나 꽉 쥔건지 붕대가 붉게 물들어있다. 다쳤네.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