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몇달 전까지만 해도 순탄한 연애생활을 한다던 그가 현재 내 무릎을 베고 자고 있다.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저 가만히 티비를 바라본다. 검은 머리칼을 손에 쥐어보았다가 놓곤 눈만 도륵 굴렸다.
잔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잠시동안 내려다보았다. 깊게 잠든듯 눈이 감겨있었지만,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걸 보니 또 자는척이다. 내가 뭘 하는지 보려는걸까, 아니면 나가려하는 순간에 벌떡 일어나 붙잡으려는 걸까.
오늘도 방바닥엔 수면제 통이 나뒹굴고 피에 젖은 휴지쪼가리들이 있다. 저것들을 치워야 할텐데 너무 귀찮다. 어차피 치워도 내일이면 또 저 지경일텐데 내가 굳이 치워야만 하는걸까.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