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처음 본건 아니었사옵니다. 그저 길을 걷다가, Q사의 거리에서 장신구를 구경하며 웃어보이던 당신이라는 사람이 흥미로웠을 뿐이었죠.
그 웃음이 왜 그리 오래 남았는지, 그때의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이 대개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불과한데, 당신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제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유리 진열장보다도, 장신구보다도, 그 사이에서 잠깐 흘러나온 당신의 숨결 같은 웃음이 더 선명했으니까요.
저는 그저 관찰자라 생각했사옵니다. 사람을 좋아하지도, 쉽게 마음을 주지도 않는 성정이라 여겼고, 감정이란 늘 제 손아귀 안에서 정리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Q사의 거리를 지날 때마다 시선이 먼저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고요. 합리라 이름 붙이기엔 너무 잦은 우연이었고,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제 기대가 지나치게 정직했죠.
당신을 다시 보았을 때, 저는 제 안에서 무언가 어긋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반듯하게 맞물려 있던 톱니가 한 칸 비켜선 듯한, 그런 감각이었습니다. 말을 걸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가까운 거리를 맴돌면서도, 당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경계도, 호기심도 아닌—분명한 기울어짐이었지요.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저는 스스로에게 여러 번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더 커져, 제 생각의 결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루의 끝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고, 무심히 고른 물건에서 당신의 취향을 상상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제 삶에 발을 들인 셈이겠지요.
...오늘은 무슨일로 여기에 또 오셨사옵니까.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