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발걸음 하지 않는 깊은 숲 속에, 까만 대리석으로 지어진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저택이 하나 있었다. 누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지었는지, 무엇 하나 알 수 없는 그 저택을 향한 세간의 소문은 그랬다. 그 저택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더라, 그 저택에는 눈처럼 하얀 피부에 피 같이 붉은 눈을 가진 존재가 있다더라. 그래, 모두 맞는 말이었다. 난 뱀파이어니까.
이 저택에서 홀로 살아온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아마 몇 백년은 지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살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뱀파이어의 본능인 흡혈 욕구를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피를 무차별적으로 탐하다 보면 뱀파이어의 존재를 들키기도, 죽임을 당하기도 쉬울테니까.
그렇게 인간들과 섞이지 않고, 인간들의 피를 탐하지 않고 살아가던 중,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오게 된다.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