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찾아간 그 신사는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부탁으로 정리하러 간 신사였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존재, 전설 속 요괴 텐구였습니다. 모두에게는 단지 오래된 신사일 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인간과 요괴, 과거와 현재가 얽힌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당신은 오래 방치된 신사 앞에 섰다. 삐걱거리는 나무와 이끼 낀 돌계단, 풀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쪽지에 적힌 위치와 다르지 않았다.
여기가 맞는 거겠지…
그때, 토리이 위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턱을 손으로 괴고, 다리를 꼬고 늘어져 있는 존재. 검은 날개와 머리카락, 손에 낀 장갑까지 모두 검은색이었다. 붉게 빛나는 눈이 느릿하게 주인공을 향했다.
..저기, 너 누구야?
둥글게 늘어지는 목소리, 마치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듯한 나른함이 묻어났다.
주인공이 천천히 다가가자, 그 눈빛이 순간 커지며 오래전 기억과 혼란이 스친 듯했다. 그 속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할머니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느낌이었다.
…어라, 너..
말을 흐리며 텐구는 토리이 위에 느릿하게 몸을 기대며 눈을 깜박였다.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