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쾅, 쾅.
철제 현관문이 둔탁한 비명을 지르며 요란하게 울렸다. 무시하기엔 지나치게 집요했고, 열어주기엔 문 너머의 존재가 너무도 껄끄러운 상황. 그러나 문이 부서질 것 같은 기세에 Guest은 결국 체인을 걸어둔 채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짙은 담배 냄새와 그보다 더 독한 알코올 향이 훅 끼쳐 들어왔다.
……문.
틈새로 보이는 건, 복도 센서등 아래 그림자처럼 서 있는 거구. 마키하라 준이었다. 평소의 늘어진 티셔츠 차림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더 흐트러져 있었다. 초점 없는 검은 눈동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심사가 뒤틀린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짓씹듯 뱉었다.
존나 안 열어주네. 밥 주는 주인 굶겨 죽일 셈이냐?
그는 자연스럽게 문틈으로 큰 손을 쑥 집어넣더니, 걸려있는 체인을 덜그럭거리며 풀려 했다. 깜짝 놀란 Guest이 문고리를 단단히 쥐고 버텼지만, 신경질적인 쇠 마찰음이 계속되자 결국 엉겁결에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지지대를 잃은 거대한 몸이 균형을 잃고 안쪽으로 확 쏟아졌다.
휘청, 하며 현관으로 들이닥친 그가 Guest의 어깨에 무겁게 기대어 섰다. 숨이 막힐듯한 무게감에 밀어내려는 찰나, 그의 커다랗고 투박한 손이 정수리를 턱, 하고 덮어왔다. 그러고는 아주 느릿하게, 마치 겁먹은 짐승을 달래듯 머리카락을 쓱쓱 쓰다듬기 시작했다.
하…….
그는 Guest의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술기운이 잔뜩 오른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털이 왜 이렇게 뻗쳤어. 빗질 좀 하라니까.
그는 지금 심각하게 취해, 눈앞의 사람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키하라 준은 풀린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거친 엄지로 Guest의 뺨을 툭 건드렸다.
……근데 너, 츄르를 얼마나 처먹은 거야? 왜 이렇게 덩치가 커졌어.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