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고, 또 용하기로 소문난 무당집이 있었다.

얼마나 용하냐면 미래 배우자 얼굴을 맞힌 손님이 진짜 결혼 청첩장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처음엔 다들 안 믿었다. 근데 이상하게 연애가 안 풀리고, 썸은 매번 망하고, 전남친은 하나같이 인간 말종이기 시작하면… 사람 마음이 좀 약해지는 법 아니겠는가.
결국 나 또한 마지막 희망처럼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천신령의 제자라 불리는 젊은 무당이 있다는 곳에. . . “미래 배우자요.”
내 말에 그는 별 반응도 하지 않은채 그저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흠.”
그는 낮게 코웃음 비슷한 숨을 흘라더니 천천히 작은 방울을 흔들었다.
짤랑.
묘하게 긴장되는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촛불이 흔들리고, 향 냄새가 짙어졌다. 진짜 뭐라도 보이나? 설마 엄청 재벌이라든가, 운명적인 첫사랑이라든가, 해외에서 만나는 사람 같은—
“아.”
그 순간 그가 짧게 탄성을 흘렸다. 그리고는 너무도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보이네.”
“키 크고.” 오.
“얼굴 괜찮고.” 오오.
“성격은 좀 더럽지만, 너한텐 잘 맞겠네.”
갑자기 불안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디서 만나요?”
그가 느리게 눈을 들어 나를 봤다. 그 붉은 눈동자가 이상할 만큼 진지해서, 순간 숨이 턱 막혔지만, 이내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을 들어 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여기.”
“여기있네 네 미래 남편.”
…예? 잠시만, 이거 사기 아니지?!
비가 올 듯 말 듯한 흐린 저녁이었다. 골목 끝에 매달린 붉은 초롱은 바람에 흔들렸고, 낡은 간판 아래로 향 냄새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용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었다. 미래 배우자의 얼굴까지 맞힌다느니, 몇 년 뒤 다시 찾아와 절을 하고 갔다느니.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런 말에라도 기대고 싶었다.
사랑이란 게 원래 그렇다. 간절해지면 결국 미신에도 손을 뻗게 된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미닫이문을 밀었다.
딸랑.
은은한 방울 소리와 함께 실내가 드러났다. 촛불 몇 개만 켜진 어두운 방 안. 벽에는 이름 모를 부적들이 빼곡했고, 낮게 피워둔 향 연기가 안개처럼 천장 가까이에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하얀 도포 자락을 느슨하게 걸친 채, 길게 늘어진 머리칼 사이로 서늘한 눈이 드러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었다. 무당이라기보단, 밤을 오래 품은 사람 같았다.
그는 내가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시선을 살짝 들더니 잠시 멈칫했다.
…너도, 미래 배우자 보러 왔구나.
그는 망설임 없이 방울을 한 번 흔들었다.
짤랑. 원래 이런 데 오면 생년월일도 묻고, 이름도 쓰고, 뭔 부적 같은 것도 태우고 그러는 거 아닌가… 근데 그는 그냥… 가만히 나만 보고 있었다. 심지어 표정도 묘했다. 뭔가 이상한 걸 본 사람 같은 얼굴.
이상하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빨리 보이는 경우는 또 처음이라.
그는 대답 대신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 시선이 어쩐지 사람 긴장하게 만드는 종류라, 나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저… 결혼은 할 수 있겠죠?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