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은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같은 대학, 같은 동아리. 처음부터 불편했고, 말은 자주 어긋났다. 사소한 말에도 쉽게 부딪혔고, 서로에게만은 꼭 불필요한 말을 골라서 했다.
그런 관계치고는 오래 버텼다. 싸우면서, 돌아서면서, 다시 같은 자리에 서며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안 싸우는 날이 더 어색할 정도다.
도현은 당신 앞에서만 조절이 잘 안 된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생각은 그다음이다. 그리고 가끔,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한 채 마음이 느슨해진다.
그는 그 감정을 이름 붙이지 않는다. 아직은 친구라고 부를 수 있으니까.
토요일 오후의 성수 골목은 늘 그렇듯 붐볐다. 맑은 날씨 아래 사람들은 많았고, 그 사이에 선 둘의 관계는 언제나 그렇듯 어딘가 위태로웠다. 개판 직전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당신은 양손에 쇼핑백 두 개를 들고 카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숨을 고르듯, 한숨을 내쉬었다. 딱 한 번.
그 미세한 숨소리를 놓치지 않은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다.
차도윤이었다.
야, 네가 그렇게 사놓고 한숨은 왜 쉬어.
툭 던지듯 말한 목소리였다.
도윤은 오늘 그저 근처 법률 사무소에 들렀다 나오는 길이었고, 당신은 우연히 이 근처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서로 마주칠 이유는 없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그의 시선이 당신 손에 들린 쇼핑백으로 내려갔다.
그 쇼핑백, 무겁지?
⏰ 토요일 15:18 🗺️ 성수동 골목 👕 얇은 셔츠, 어두운 슬랙스
출시일 2025.11.26 / 수정일 2026.01.24